추석연휴 _외과전공의 2년차 일기

1. 추석 대목

뇌사자 2명, 이로 인한 응급 신장 이식 수술 3건. 응급실 당직이라는 이유로 그 중의 절반을 들어갔다. 하루만에 이식만 3건이라니. 이는 필시 추석 대목이다. 불쌍한 혈관외과 펠로우 선생님. 선생님에게는 아직 2명의 전공의와 3명의 응당 인턴이 남아있사옵나이다.


2.

어느 교수님은 추석때 송편을 안드신다고 한다. 대신 가래떡은 드신다고 했다. 순진하게 “그럼 추석 때 떡국 드세요?” 라고 물어봤다가 내년 설날에 조상님들하고 나란히 제삿밥 먹을 뻔했다.


3. 

하루종일 수술방에 있다가 나오니 병동콜이 핸드폰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심드렁하게 읽다보니 나의 무심함에 방치된 환자들이 불쌍해 졌다. 1년차 일찍 내보내지 말껄. (퍽퍽)


4.

지친몸을 이끌고 병동으로 갔다. 

환자 3명은 서로 경쟁하듯 위액을 입을 통해 내 뱉는 중이었고, 환자 1명은 콧줄이 불편하다며 폭풍 컴플레인 중이었다. 그러나 어찌하리오. 꽂자마자 2800cc가 콧줄로 줄줄 나왔다는데 뺄 수는 없지. 


5.

그 와중에 어제 수술 받은 환자는 병동 간호사 말에 의하면 호로로로로~~ 하며 이상한 소리를 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하나님과 대화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애석하게도 내가 가서 봤을 때 그 분은 이미 “내가 하나님이다.”라고 우기고 있었다. 하나님은 할로페리돌 한방 맞고 넉다운 되셨다. 아멘.


6. 내일도 응급실 당직이다.


덧글

  • 알렉세이 2014/09/06 23:18 # 답글

    하나님ㅋㅋㅋㅋㅋㅋㅋ 강신하셨는데, 전능하신 의학의 할로페리돌이 하나님을 다시 하늘로 돌려보내셨구만요.
  • Diane 2014/09/06 23:41 # 답글

    추석에도 바쁘시군요 8ㅁ8 추석 당일이라도 여유롭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병원에 사람이 안 몰려야 (예비)환자도 의사도 간호사도 다 기쁜거니까여
  • 늄늄시아 2014/09/07 00:42 # 답글

    으...추석에서도 피말리는 업무에 시달리시는 의사님 ;ㅁ;
  • 위장효과 2014/09/07 03:39 # 답글

    2800은 진짜 기록적인 수치...
  • Germoid 2014/09/07 07:55 # 답글

    섬망갑;
  • 누누이 2014/09/07 08:30 # 삭제 답글

    항상느끼는 거지만 입담이 ㅋㅋ 글로 사람을 웃게 하시네 ㅋㅋ 전에 저도 콧줄했을때 컴플레인 엄청 ㅜㅜ 불편하고 미치겠고 ㅜ ㅎㅎ 그래도 쌤이 빼줄때까지 기다렸어요 ㅋㅋ 극도로 예민해서3일째날엔 내손으로 빼버릴거라고 했었죠 ㅋㅋㅋ ㅜㅜ 생각하니 슬프네.......ㅋㅋ
  • 2014/09/07 13: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흑염패아르 2014/09/07 13:46 # 답글

    확실히 카이님은 일복이 많은 스타일.
    병동일 하다보면 샘들 스타일이 확 티가 나죠.
    일복 적은 vs 일복 많은... 하하하하 ... /묵념
    그래도 다 할 수 있을 만큼을 떠넘겨주니 다행이지요[]
    추석도 화이팅이어요!!
  • Alexia 2014/09/07 15:55 # 답글

    카이님 저 내일부터 혈관외과 인턴돌게됬어요ㅠ 수술방과는 거리가 아주먼 전데... 조언해주세요ㅠ
    (한국에서 아니라 호주에서 하고있어요- 하지만 외과는 세계어디서나 비슷한거같아요 ㅋㅋㅋ)
  • 카이 2014/09/12 23:45 #

    애도를...
  • Alexia 2014/09/13 22:28 #

    아... 너무 짧고간결한 조언이세요 ㅋㅋㅋㅋ
    카이님정말대단하세요 ㅠ
  • 冬히 2014/09/07 21:40 # 답글

    아.. ㅠㅠ 외과 .. 죽음의 과인거 같아요. 하지만 가장 드라마틱하고 제 개인적으론 직접 목숨을 살리는 분이란 생각에 정말 위대합니다. ㅠㅠ

    카이님. 추석인디.... 긍정적인 마인드 계속 되시길!!! 멋져요
  • 구들장군 2014/09/13 13:49 # 삭제 답글

    5: 하나님께 로또 번호나 여쭤 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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