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외과 전공의의 비애(부제:저도 원래 멀쩡하게 생겼습니다) 2년차 일기

1. 얼마전 CC크림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얼굴에 무언가만 바르기만 하면 사건(?)이 터지는 편인지라 아이크림, 로션말고는 바르는 것이 없다. 때문에 늘 쌩얼로 심연의 다크서클과 잡티를 드러낸 채 좀비같이 병원을 배회한다. 어쩌다 오프를 다녀와서 얼굴에 허연 것(?)을 바르고 병동에 나타나면 간호사들이 깜짝 놀랄 정도니까. 나도 화장하면 꽤나 멀쩡하게 생겼다니까. 다만 곰손의 소유자인지라 그다지 솜씨가 없는 것이 함정. 그러나 없는 솜씨로 뭔가를 바르고 나타나면 화장했다고 주변사람들이 깜짝 놀란다는 것도 함정. 비싸게 주고 구입한 파운데이션은 다 써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24개월 유통기한을 넘겨서 버린다.

2. 병원에서 무상으로 보급, 수거, 세탁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크럽복은 외과계전공의들의 생활복이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사이즈는 여자의 경우 대개 M, L뿐이고 그나마 사이즈가 작은 M은 늘 품절상태. 때문에 수술방 탈의실에 있는 것 아무거나 주워입고 다닌다. M이라도 사이즈는 조금 큰 편이어서 옷을 입고나면 누구나 평등하게 펑퍼짐한 몸매가 된다. 그래서 가끔 사복을 입은 전공의들을 보면 반전 몸매(?)의 소유자들이 있다나 뭐라나. 

3. 머리가 짧은 편이라 묶고 다니지는 않는다. 부모님의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난 덕분인지 머리를 감고 대충 털면서 드라이를 하면 어느새 머리에 볼륨이 살아난다. 문제는 대충 드라이 할 시간이 없어서 머리가 제멋대로라는 것. 그리고 매일 수술방에 들어가 빵모자 같은 수술모를 수시간 쓰고 나면 어김없이 전날 감은 머리도 떡진 머리가 되어 드라이한 보람조차 없어진 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나는 매일 머리 감는 부지런한 외과 전공의라는 것을. 머리 염색은 할지언정, 수술모에 늘 눌려 있기 때문에 펌은 의미가 없다고 간주하여 하지 않는다.

4. 수술방 간호사들은 늘 마스크를 쓰는 직업적 특수성 때문에 다른 파트 간호사들보다 눈화장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편이다. 그러면 외과 전공의들은 그렇게 하느냐...... 안한다. 그들은 퇴근을 하기 때문에 집에서 클렌징할 시간은 있겠지만 우리는 퇴근을 하지도 않을 뿐더러 근무시간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한번 하면 언제 씻을지 기약할 수 없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하니까.

5, 매일 브러쉬로 손을 박박 문지르며 여러번 씻어야 하기 때문에 손톱에 때가 낄 일은 없다. 그러나 손은 늘 거칠고 가끔 허물을 벗는 일도 있다. 좋다는 핸드크림을 쟁여놓고 쓰고 있으나 섬섬옥수의 소유자가 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할 듯 하다. 

6. 원래 눈썹이 많이 진한 편이다. 그래서 앞머리를 내려 적당히 가리고 다닌다. 그러나 수술방에서 수술모를 쓰면 앞머리도 모자속으로 넣어버리는데 그렇게 되면 원래 있던 눈썹이 진하디 진한 자태를 드러내고, 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내 얼굴에는 눈썹밖에 보이는 것이 없다. 컴플렉스다. 

7. 재밌는 것은, 바쁜 생활로 꾸미고 다닐 시간이 없다보니 주변의 많은 여자 외과계 전공의들은 기초화장품은 보상심리 때문에 좋은 것을 쓰는 편이다. (물론 나와 내 주변 이야기다)  (Ex.화장품 구입은 백화점에서(보고) 인터넷 백화점 쇼핑몰에서(구입))

8. 가끔 병문안을 오는 젊은 처자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입고 다니면 꽤나 인기 있을텐데 라는 망상을 하기도 한다. 

9. 내가 솔로인 이유는 바로 위의 이유에서 기인한다. (뭐?)



 

덧글

  • 하늘걷기 2014/04/12 16:42 # 삭제 답글

    나름 매력적이신데요? 그렇게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좋은 사람이 금방 나타나셔서 품절 되실듯해요.
  • 눈팅독자 2014/04/12 16:48 # 삭제 답글

    가장 큰 이유는 남자에게 쏟을 시간과 노력이 없다는 것 아닐까요.
    기본 바탕이나 외모는 분명히 매력적이신데

    일단 남자를 만나세요. 카톡을 통해서든 뭐가 되었든........그러다보면 분명 좋은 사람이....

    듀오는 가장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두시고...
  • 하늘걷기 2014/04/12 16:52 # 삭제 답글

    굳이 만나려고 안하셔도 좋을 듯 해요. 사실 뭐든 그만큼 노력을 해야하는 것은 사실인데 그러기에는 일단 현실적으로 병원에 집중하고 계신 부분이 많으니 설령 이 상태에서 만나시게 되면 오히려 양립하기 힘들어서 더 힘들어 하실 수도 있고 그게 결국 장기간의 연애불가능 상태를 만들 수도 있으니 하시는 일을 하시면서 그에 맞게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다려보시는 것이 좋을지도 몰라요 ^^
  • 삼별초 2014/04/12 16:53 # 답글

    9 병원이 잘못했네요(?)
  • 2014/04/12 17:0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개박하 2014/04/12 17:08 # 답글

    일단 그럴 시간이 될진 모르겠습니다만, 브로우바 한 번 다녀보심이 어떨런지요? 진한 눈썹은 조금만 다듬으면 굉장히 정리된 느낌이 들때가 많으니까요 ^^
  • 찌니 2014/04/12 17:15 # 답글

    저희병원은 어깨너머길이의헤어는 꼭 단정히 머리망을 해야하는 특수성으로 .. 예쁜머리망 좀더리본이크거나 흔치않은장미모양, 큐빅이예쁜머리망에 관심잇죠ㅋㅋ 저도머리망만 세개있네요... 누가알아봐주진않지만 자기만족..ㅋㅋ
  • 2014/04/12 17:1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4/12 17:2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위장효과 2014/04/12 17:40 # 답글

    매력적인데 미소년의 매력이란 거...
    그리고 외과 전공의가 나름 옷입을 기회가 학회때...
  • rayden 2014/04/12 18:17 # 답글

    아무리 젊은 처자들이 그래도
    하얀 가운입은 포스는 못넘을듯
  • 임윤 2014/04/12 18:24 #

    동감합니다.
  • 에반 2014/04/12 19:17 #

    동감합니다2222
  • 키르난 2014/04/12 19:52 #

    저도 동감합니다33333
  • 레니스 2014/04/13 00:43 #

    저도 동감합니다4444444444
  • 재밌군-_- 2014/04/12 19:31 # 답글

    뭐 꼭 외과만 그런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힘든파트의 전공의들에게는 화장보다 잠이 더 필요한 시기이니...연차가 좀 올라가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 동굴아저씨 2014/04/12 19:33 # 답글

    어휴....
  • 날개나무 2014/04/12 20:17 # 답글

    기승전솔로 ㅠㅠ 아니에요 외과전공하시는 여성분이라니! 뭔가 매력있어요.
  • virustotal 2014/04/12 21:08 # 답글

    으사양반 으사양반 힘을 내세요
  • 늄늄시아 2014/04/12 21:24 # 답글

    끄응 ㅠㅠ 힘내세요.
    칼쓰는 일은 검객이든(응?) 의사든 고독하고 힘든 길이네요.
  • 여신같은 황제펭귄 2014/04/12 22:53 # 답글

    지금까지 꽃미남 의사선생님이라고 생각했는데.........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여자분이셨다니!!!
  • 2014/04/13 16:3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홍쎄 2014/04/14 15:54 # 답글

    슬퍼용 ㅠㅜ
  • 힘내용힘힘 2014/06/22 23:08 # 삭제 답글

    ㅠㅠㅠ 힘내용 근데 지금같이 바쁠 땐 남자 만나도 오래 못 가긴 하는 듯해요 ㅠ 그나마 같은 계열은 이해라도 해주지ㄷㄷ다른 계열은 처음에 말만 이해한다지 다들 점점 멀어져가요 ㄷㄷ힘내요 꼭 바쁜 생활도 잘 이해해주시는 좋은 분 만나기 바래요 흰 가운의 포스!!!
  • 도렉 2015/01/06 15:03 # 삭제 답글

    어깨를 넘지않으면 안묶고다녀도되나요?
  • 카이 2015/01/10 19:28 #

    넵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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