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면접을 보다. 잡설 의과대학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인턴 원서는 한 곳에만 낼 수 있다. 고로 인턴 "전기모집"을 하는 전국 모든 수련병원의 전형 날짜가 동일하다는 의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제는(화요일) 인턴 면접일이었다. 내가 지원한 병원은 자체적으로 면접 기출 문제를 제공하는지라 족보 확보 미션은 complete, 그 뒤 트위터 등을 통해 지원 병원의 면접 분위기를 파악해보았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내가 면접준비를 철저히 한 뒤 면접에 임하였다고 생각하기 쉽상이나 과연 그럴까?

지난주 일요일에 있었던 의과대학 검도대회에서 노익장을 발휘하며 다섯 경기를 뛴 덕분에(전적: 2승 1무 2패) 월요일은 당연히 ABR (absolute bed rest) 모드를 해가 중천에 뜰 때 까지 유지하며 신체적 회복을 시도했고, 오후 늦게 까지 멘탈붕괴상태로 멍때리고 있으면서 brain의 회복을 시도했다. 저녁이 되어서야 비로소 다음 날 입을 정장을 꺼내 단추는 멀쩡하게 붙어있는지, 먼지가 뒤덮여 있지는 않은지, 구김이 있는지를 확인했고, 기출문제를 좀 읽다가 정장안에 입을 셔츠를 다려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없는 솜씨로 열심히 옷을 다렸다.

주중 오전에 서울로 가는 기차는 대부분 좌석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 열차 예매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차 좌석을 확인해 보니, 내가 올라가야 하는 시간대와 그 전후로 KTX 일반석은 모두 매진. 특실만 남아 있었다. 이번에 지방병원의 인턴지원은 미달이지만 서울의 Big 5 병원은 미어 터진다는데, 아무래도 모두 같은 날짜에 면접을 보다보니 전부 서울로 올라가서 열차표가 없는가 보다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보았다. 울며 겨자먹기로 특실표를 구매하고, 밤 늦게까지 기출문제를 볼까 하다가 피곤해서 그냥 잤다.

결전의 날(?). 카톡과 페북, 트위터로 주변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서울로 상경했고, 간만에 서울로 올라온 촌놈은 초행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잠시 길을 잃을 뻔했으나 다행히 시간 맞춰 면접장소에 당도했다. 우려했던 바와 달리 이번에는 카드사 아줌마들이 없었다. 다행이었다. 면접장소로 가는 길에 이미 그 병원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말턴)인 학교 친구를 봤다. 기출문제 볼 필요 없다고 긴장하지 말라고 격려해준다.
 
아마 여기서부터 일반 회사 면접과 좀 다른 점이 있을 듯 하다. 도착하자 마자 병원 가운과, OT때 입을 단체복 사이즈를 맞추고, 병원 지원동기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다. 그리고 수험표를 받는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음료수를 마시며 기출문제를 슬슬 읽으며 잠깐 기다리고 있으면 수험번호대로 한 그룹씩 호명을 하는데, 단체로 면접실 앞에 가서 주르륵 앉는다. 대기하고 있을 때 옆사람과의 약간의 잡담 정도는 허용되는 분위기다.

"긴장되시죠?"
"네"
"교수님 질문하는 의학관련 내용 모르면 어쩌죠?"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거나 전화찬스 요청하면 안될까요?"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식으로 옆사람과 농담으로 가볍게 긴장을 풀며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가 호명하면 면접실에 들어간다. 집단 면접이 아닌 개별 면접이다. 5~6명 남짓 되는 교수님들이 지긋이 보신다. 일단 교육수련부에서 알려준대로 자기소개를 한다. 그러면 문제를 준다. 그 문제를 읽고 답을 하면 되는데....올레!! 기출문제에 있던 것이다. 신문에서 읽을 수 있는 일반적인 회사의 토론형 집단면접, 뼛속까지 발리는 면접과는 사뭇 다른 상당히 편안한 분위의 면접이다.

의학질문 코스를 통과하니 갑자기 신변관련 질문을 하신다.

"자네,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나?"
"넵. 친구와 자취하고 있습니다."

잠깐 긴장했나보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 없는 답변이었지만, 교수님들도 황당하셨는지 당황하셨는지 웃으시며 부모님 안계시냐고 하신다. 이력서 제출할 때 "부양가족"이라고 하길래 그냥 내 이름만 올렸는데 그것때문인가 보다. 답변을 하니 웃으시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보라고 하신다. 면접을 마치고 문 밖을 나오는데 그냥 피식 웃음이 나온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면접을 보았으니 말이다. 어쩌면 내가 너무 잘 생겨서 그랬을 수도 있다. 면접시간은 5분도 채 안되었던 것 같다.

면접을 마치고 반가운 만남을 가지면서, 뜻밖의 선물도 받았다. 애매한 면접시간덕분에 아침, 점심을 걸렀는데 맛있는 파스타도 얻어먹었으니, 다음에 기회되면 꼭 밥 한끼 사드려야 겠다. 그 뒤로도 이어진 약속/ 또 약속때문에 급하게 헤어져서 아쉬웠지만 말이다. 5분도 채 안되는 면접 하나 보러 올라오는데 약속만 3개를 잡아 놓았으니 이건 내가 면접을 보러 서울에 올라온건지, 사람 만나러 서울에 올라온것인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주객 전도가 아닌가 싶었다. 

ps. 추가적으로 설명 드리자면, 각 병원별로 인턴 면접 분위기는 다른 편입니다. 실기시험 보는 곳도 있고, 제가 지원한 병원처럼 oral test로 끝내는 곳도 있습니다.  

ps2. 평소에 신지도 않는 구두 신고 서울을 돌아다녔더니 아직도 허리가..orz


덧글

  • 탐랑 2012/02/01 13:44 # 삭제 답글

    알고보면 면접관님이 카이님 블로그 독자 ㅋㅋㅋ
  • 카이 2012/02/01 13:53 #

    헉 ;;;;;;;
  • 2012/02/01 13:4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카이 2012/02/01 13:53 #

    후기모집 받는 병원 있습니다. 그리고 남자는 군대(공보의)로도 갈 수 있지요^^
  • 위장효과 2012/02/01 14:48 # 답글

    서울 시내 빅 5에다가 카이님 인적사항 올릴 사람들이야 널리고 널렸으니...
  • 위장효과 2012/02/01 14:49 #

    그리고 역시나 미소년 인증!
  • 카이 2012/02/01 14:51 #

    0_0!!! ㅋㅋ
  • 위장효과 2012/02/01 15:24 #

    당장 어느 분만 해도 BIG 5중 모 병원에 동기나 선배도 아닌 후배가 스탭으로 있을 것이고~~~
  • 카이 2012/02/01 22:36 #

    그 어느분이 설마....ㄷㄷ
  • 뜬금 2012/02/01 14:54 # 삭제 답글

    질되실꺼에요^^ 몇년전 면접볼때가 생각나네요.. 설레이는맘이 합격의 맘이 되셨길~~!! 추운데 욕보셨습니다~
  • 카이 2012/02/01 15:03 #

    감사합니다^^
  • 라쿤J 2012/02/01 15:19 # 답글

    으헠ㅋㅋㅋㅋ답변ㅋㅋㅋㅋㅋ잘 될거같으니 걱정마세영ㅇㅇㅋ
  • 카이 2012/02/01 22:37 #

    안떨어 지겠죠 ㅋㅋ
  • dekabrist 2012/02/01 16:45 # 답글

    가족관계가 친구와 자취..ㅋㅋ
  • 카이 2012/02/01 22:37 #

    인형 4마리와 동거중이라는 말은 안했습니다. (?)
  • 홍쎄 2012/02/01 18:39 # 답글

    시험이 끝나면 또 시험이 있군요... 아 인생이란... 좋은 결과가 나올거 같습니다!!
  • 카이 2012/02/01 22:37 #

    인생은 시험의 연속 :)
  • 지나가던예비인턴 2012/02/02 01:36 # 삭제 답글

    수고하셨습니다. 저희는 어차피 미달이라 걍 대충 봤네요ㅎㅎ 꼭 붙으실 겁니다!
  • 카이 2012/02/02 11:55 #

    축하드립니다.^^
  • 2012/02/02 11: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카이 2012/02/02 11:55 #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어..어떻게 아셨나요 ㄷㄷ)
  • 나이값 2012/02/02 11:58 #

    지난번 합격증에 실명이 노출되었다능....
  • 카이 2012/02/02 12:00 #

    으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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