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의 흔한 명절 연휴 잡설 의과대학

우리집안은 그 흔한(?) 의사 가족이 없다.
고로 아직 면허가 없는 야매이기는 하지만 우리집안에서는 내가 민간요법을 제외한 의학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된다. 물론 나에게 물어본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대답은 "병원에 가서 상담하세요"가 되겠지만, 그래도 학년이 올라갈 수록 조금 더 구체적인 대답을 해 줄 수 있다.

1. 꼬꼬마 예과시절
어른 : 내가 여기가 아픈데 말이야.
카이 : 병원가세요. (예과생이 뭘 알아! -_-+)

2. 본과 1,2학년
어른: 내가 여기가 아픈데 말이야
카이 : 병원가세요. (이제 의학 배우기 시작한 놈이 뭘 알아! =_=+)

3. 본과3학년 (실습생 Lv)
어른 : 내가 여기가 아픈데 말이야.
카이 : 언제부터 어떻게 아픈데요?
어른 : 몇달전부터 이러이러하게 아픈데.
카이 : 정형외과 가세요. (이 때부터는 해당 진료과를 대충은 알려줄 수 있다.)

4. 본과4학년 (국시 준비생 Lv)
어른 : 내가 여기가 아픈데 말이야.
카이 : 언제부터 어떻게 아픈데요?
어른 : 몇달전부터 이러이러하게 아픈데.
카이 : 검사 해봐야 알겠지만 000가 의심되기는 하는데...정형외과 가셔서 상담해 보세요. (대충 의심되는 질병을 괴질 수준이 아니라면 하나정도는 집어줄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감탄한다.)

5. 전공의(=레지던트) 및 전문의 (by Mori_im@twitter)
어른 : 내가 여기가 아픈데 말이야.
Dr. : 언제부터 어떻게 아픈데요?
어른 : 몇달전부터 이러이러하게 아픈데.
Dr. : (어쩌구 저쩌구) 근데 정형외과 가보세요. 전 00과라서 잘.....

올해 추석에는 특별한 미션(?)이 주어졌다.
이제 80세가 되신 할머니의 건강검진 결과를 할머니께 잘 설명해 드리는 것. 신촌의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신 할머니의 결과지를 보니 청력이 떨어진 것 말고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어르신들께 흔하디 흔한 고혈압, 당뇨, 관절염도 없으시다. 무엇보다도 건진센터의 가정의학과 교수님이 보호자에게 검사상 별 이상이 없다고 confirm까지 해주셨다고 하니, 이제 남은 것은 맨날 온 몸이 아프시다고 하는 할머니께 "건강하시니까 하시던대로 건강관리를 잘 하시면 됩니다."라고 화려한 말솜씨로 안심시켜 드리는 것 뿐.

청력이 떨어진 할머니를 위해, 나는 옆에서 소리를 질러가며 하나하나 설명해 드렸다. 그리고 이런 내 모습을 보는 할머니의 눈은 연신 흐뭇하다는 미소를 띄고 있었다. 내년에 돈벌면 할머니 보청기 하나 해드려야겠다. 큰 아버지가 해주신다고 했는데 불편하다면서 거절하셨다는데, 저러다 교통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다 싶어서 할머니께 신신당부를 드렸다. 

"혹시 자동차 소리가 잘 안들리면 꼭 보청기 하세요"

내 모습을 본 고모가 상담료라도 주셔야 한다고 하셨지만 그렇게 되면 의료법상 불법이기 때문에 정중히 거절했다. (다만, 용돈은 welcome♡)

ps.) 자매품으로 연휴만 되면 친척집 컴퓨터 바이러스 잡아주는 컴공생(포맷과 윈도우 재설치는 보너스), 집수리 해주는 건축공학과 학생, 집안 어르신들 침놔주는 한의대생들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ps2) 어머나! 글쓴지 3시간만에 daum view 베스트에 올랐어요!! 감사합니다.(으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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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Libra♡ 2011/09/13 12:37 # 답글

    점점 진화하는 카이님+ㅁ+
  • 카이 2011/09/13 12:47 #

    등록금 값은 해야지요..에휴.
  • 라쿤J 2011/09/13 12:38 # 답글

    아 어쩐 모습일지 상상이 간닼ㅋㅋㅋㅋ
  • 카이 2011/09/13 12:47 #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 청풍 2011/09/13 12:39 # 답글

    친척 출장 나가는 날이죠..저희집도 항상 그렇습니다.
  • 카이 2011/09/13 12:47 #

    다른 전공자들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듯 합니다.ㅋㅋ
  • 청풍 2011/09/13 13:18 #

    아버지한테 진료상담받으러 오고, 저한테 컴퓨터 고쳐달라고 옵니다. ㅜㅜ
  • 카이 2011/09/13 14:06 #

    오오!! 1타2피군요!!!
  • 我的雲 2011/09/13 12:53 # 답글

    꼬꼬마는 작년 추석 이후로 도망쳐 다니고 있습니다.-_ㅜ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 질병을 내가 우찌 맞춘다고..잉..ㅠ-ㅠ
  • 카이 2011/09/13 13:04 #

    세월이 해결해 줍니다..ㅠㅠ
  • jane 2011/09/13 13:03 # 답글

    용돈과 상담료의 차이는...?!
  • 카이 2011/09/13 13:05 #

    상담료는 상담이라는 행위에 대한 대가. 용돈은 조카라서 주는 돈...(튀자!)
  • 지나가던본4 2011/09/13 13:59 # 삭제 답글

    저도 저런 거 하죠ㅎㅎ 친구들한테도 하고... 저 위에 너구리도 해준 적 있습니다(..) 물론 저놈은 건강해서 병원이고 나발이고 닥치고 ABR이지만-_-;
  • 카이 2011/09/13 14:06 #

    한번 상담할 때마다 5000원씩만 받아도....^^;;
    너구리상담은 동물병원에서!
  • 용감한티카 2011/09/13 14:54 # 삭제 답글

    ㅋㅋ
    실용적인 면에선 자매품도 만만치 않네요.
  • 카이 2011/09/13 14:57 #

    이럴 때 이런 자식을 둔 부모님들이 뿌듯해 하시죠 ㅋ
  • PFN 2011/09/13 15:12 # 답글

    그리고 예1부터 전공은 뭐할거냐고 물어보죠 ㅋㅋ

    해마다 해명하기도 귀찮...
  • 카이 2011/09/13 17:51 #

    그래서 이전에 그것도 따로 포스팅을 했더랬죠....ㅋㅋ
  • 잡의대생 2011/09/13 15:19 # 삭제 답글

    명절이있었으면좋겠어요ㅜ 타지에학교가있는데 추석끝나고바로 면역학이랑 약리학시험ㅜ 추석때도 lymphicyte랑싸우고있으니ㅜ 누군가저에게아픈거물어봐도좋으니 추석때집에갔으면좋겠어요ㅜ
  • 카이 2011/09/13 17:51 #

    올해만 견디시면 가실 수 있을겁니다.^^
  • 카린트세이 2011/09/13 15:26 # 답글

    오오~ 카이님 사랑받으시는군요!!
  • 카이 2011/09/13 17:52 #

    그..그런건가요!!
  • 지나가는동업자 2011/09/13 15:28 # 삭제 답글

    나중엔 동네 어르신까지 원정을 오시고 수시로 집에서 전화가 옵니다. 동네 누구가 어떤데 하면서 무작정 동네어르신을 바꾸어주는 사태도 발생합니다.
  • 카이 2011/09/13 17:52 #

    저희 할머니께서 노인정에 안다니시는게 다행입니다...^^
  • 바이브 2011/09/13 15:34 # 답글

    스스로 감탄..ㅋㅋㅋ
  • 카이 2011/09/13 17:52 #

    어떻게 내 머리에서 이런말이 나오는지 감탄한다니까요 ㅋㅋ
  • 로드케이 2011/09/13 15:34 # 삭제 답글

    그래, 너는 학교에 남아서 교수하면 되겠구나!

    @.@ 네 저도 그러고 싶어요
  • 카이 2011/09/13 17:52 #

    전 싫어요 ㅋㅋ
  • asianote 2011/09/13 15:53 # 답글

    evolution completed!
  • 카이 2011/09/13 17:52 #

    아직 멀었습니다...orz
  • 교주님 2011/09/13 15:59 # 답글

    저는 그냥 귀찮아요...그냥 병원가서 검사하시고, 치료받으세요~! 가 됩니다.(최종 진화 형태..)
  • 카이 2011/09/13 17:53 #

    아직 그런 경지까지는...ㅠㅠ
  • 칸쵸 2011/09/13 16:40 # 삭제 답글

    내내 웃으면서 읽었다는 ㅋㅋㅋ
  • 카이 2011/09/13 17:53 #

    감사합니다.^^
  • 세라 2011/09/13 17:22 # 삭제 답글

    비슷한경우로 저같은경우엔 자세한건 변호사를 통해 여쭤보셔야...라는 말이 나오지요....
    법대들어갔다고 순식간에 검사가되는줄 아시더군요.....하아.... 전 2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말이죠...
  • 카이 2011/09/13 17:53 #

    여러 전공들을 묶어서 시리즈(?)로 만들면 재미있을텐데요^^
  • MAC 2011/09/13 17:51 # 답글

    ㅋㅋㅋㅋㅋ 전 조용히 구석에서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도리질을 합니다......

    물론 한계가 있지만요...-_;;;
  • 카이 2011/09/13 17:54 #

    "전문의와 상의하세요"가 TOC입니다.^^
  • Geese 2011/09/13 18:00 # 답글

    '연휴만 되면 친척집 컴퓨터 바이러스 잡아주는 컴공생' 대신에
    '연휴만 되면 친척집 컴퓨터 업그레이드 해주는 컴공생'도 있습니다.
    orz
  • 카이 2011/09/13 18:17 #

    ㅠㅠ 폭풍눈물이....
  • polka 2011/09/13 19:08 # 삭제 답글

    학교 커뮤니티에 학과별 명절개그 한 번씩 올라오던데요 ㅋㅋ 영문과 다니는 학생한테 영어과외 부탁한다든지... 그나저나 요즘 의대생들 막바지 국시공부 기간인가봐요. (의대에서 꽤 먼 본교) 도서관 로비에서 친구끼리 질문하면서 스터디하는 사람도 보이고, 커피숍에는 문제집 들고 와서 테이크아웃 해가는 사람도 보이고... 대학생들 시험기간 되면 밥 먹으러 나가면서 보지도 않는 노트 많이 들고 다니지만 법대 의대가 책에 대한 애착이 좀 각별한 거 같아요 ㅋㅋ
  • 카이 2011/09/14 00:14 #

    막바지가 되려면 멀었습니다. 1월에 보거든요^^
  • 달려옹 2011/09/13 20:05 # 답글

    반도체 전공했다고 cpu 고칠수 있는게 아닌데 ㅠㅠ
  • 카이 2011/09/14 00:14 #

    헉......orz
  • Eutsu 2011/09/13 20:54 # 삭제 답글

    그러니까-_- 의대생 입장에서 아픈 사람을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가리지 않고 다 알아내라는건
    의과대학도 공과대학, 미술대학, 사범대학, 체육대학, 사회과학대학, 등과 같은 한개 대학이니

    미대생에게 조각부터 디자인을 거쳐 회화까지, 체대생에게 양궁부터 야구를 거쳐 유도까지,
    음대생에게 작곡부터 성악을 거쳐 각종 악기들을 다 마스터하고
    공대생에게 토목부터 기계를 거쳐 나노산업까지 다 마스터하라는것과 뭐가 다르냐고ㅠㅠ
  • 카이 2011/09/14 00:15 #

    으하핫!!!! 모든 과들이 애로사항이 있겠군요!!
  • 아즈모 2011/09/13 20:56 # 답글

    수의사 입니다. 저희도 의대랑 꽤 비슷한 편입니다. 다만 동물 종이 무지 많아 .. OTL ..
    예과 때는 키우던 거북이 똥꼬에 뭐가 나온다고 물어보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 때는 뭔지 몰랐지만 알고 보니 생식기 ;;;
  • 카이 2011/09/14 00:15 #

    종이 많은 것이 애로사항이군요!!
  • 2011/09/13 20:5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카이 2011/09/14 00:23 #

    열심히 치료받으시는 모습을 보니 무엇을 하셔도 잘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부터 블로그에 조금씩 글을 써놓은게 있어서 이번에 새로운 카테고리에 모아놓았습니다. 일단 그거 참고하시고 열심히 공부하세요. 컨텐츠는 차차 늘리겠습니다. ^^

    (자기자신을 믿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바이브 2011/09/13 21:31 # 답글

    공부관련상담했으면 하는데.. 시간 안되시죠?
  • 카이 2011/09/14 00:24 #

    저도 국시준비기간이라 좀 후달려서...^^
    대신 몇개 안되지만 여태까지 수능에 대해 포스팅 해 놓은 글들을 따로 카테고리를 모아 올려놓았습니다. ^^ 그것 참고하시고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메일 주소를 비밀글로 남겨주세요^^
  • ㅋㅋㅋㅋ 2011/09/13 21:36 # 삭제 답글

    ㅋㅋㅋ재밌네요
  • 카이 2011/09/14 00:24 #

    ㅋㅋㅋ 감사합니다.
  • santalinus 2011/09/13 21:59 # 답글

    외삼촌이 정형외과 의사신데... 엄마가 "요새 어깨가 너무 아퍼..." 삼촌曰" 평소에 운동을 안 하니깐 그렇지! 운동좀 해요!" 엄마 曰"이럴 땐 어떻게 할까? 삼촌曰"병원이나 가세요!"

    설령 전공분야라 할지라도 딱히 다른 말이 나올 수는 없죠;;;;
  • 카이 2011/09/14 00:25 #

    사실 그렇습니다..ㅠㅠ
  • 커티군 2011/09/13 22:25 # 답글

    저희 집에도 간호사가 계셔서 그분께 모든 문의가 집중됩니다. 그래도 역시 결론은 "병원가세요" ㅋㅋ
  • 카이 2011/09/14 00:25 #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 위장효과 2011/09/13 23:58 # 답글

    우리집이야 뭐...어느 과든지 대충 답은 나오는...(기초부터 임상각과가 골고루 분포)

    그래서 전문의 자격증받고도 제대로 의사대접을 못 받았...OTL
  • 카이 2011/09/14 00:26 #

    ....전 행복합니다.
  • 단미♥ 2011/09/14 00:51 # 답글

    ㅋㅋ 아 뭔가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모습이네요 ㅋㅋ
    결론은 병원가세요! 네요 ㅋㅋ
  • 카이 2011/09/14 18:56 #

    명탐정 코난의 명대사 "진실은 언제나 단 하나!!"
  • 심리학 2011/09/14 00:51 # 삭제 답글

    심리학과에 재학중인데요...

    사람들이 만날때마다 심리테스트해달라고 합니다...그런거 안배우는데 ㅜㅜ

    그리고 심리학 공부한다고하면 무슨 독심술 배우는지 아는지, 저 사람 성격 알아내라고함 ㅜㅜ
  • 카이 2011/09/14 18:56 #

    ....고난이도 작업을 요구하는 군요..ㅠㅠ
  • 하리하라 2011/09/14 02:40 # 삭제 답글

    전 2학년이지만, 맨날 듣는말,


    "이젠 영어좀 해봐라"


    운나쁘면 큰아빠, 고모부들 걸쭉한 정치인 씹기에 같이 맞장구도 쳐드리고 추임세도 적절히 넣어드려야됨


    더불어 올해 고삼 동생 자소서 첨삭까지 하고 왔음 ㅠㅠ

    근데 늙어서 용돈도 안주시네 엉엉
  • 카이 2011/09/14 18:56 #

    ...................같이 울고 있습니다.ㅠㅠ
  • 칫생 2011/09/14 08:08 # 삭제 답글

    전 치과위생사인데 온갖치과상담을 다하신다는... '내가이가아파서' ...ㅡㅡ 치과오시라는말밖엔...;
  • 카이 2011/09/14 18:57 #

    정답은 늘 하나군요^^
  • 칼스루헤 2011/09/15 21:49 # 답글

    귀염받겠네요:D
    저의 추석 연휴는 그냥 효도하는 연휴로 끝났음:)
    출발할때 조금 안좋았고 돌아와서 조금 안좋아서(...) 조금 울적한 추석?
  • 카이 2011/09/15 22:02 #

    송편은 많이 드셨나요?^^ (오랜만입니다.!)
  • 칼스루헤 2011/09/15 22:12 #

    정말 오랜만이에요, 요즘 정신없이 보내고 지금도 강의듣는중(...)
    송편은 하나도 못...
  • 카이 2011/09/16 17:49 #

    ㅠ_ㅠ
  • 칼스루헤 2011/09/17 01:44 #

    국시준비는 열심히 하고 있는거죠?
    착실한 카이양은 믿을 수 이씀:D
  • Regina 2011/10/27 21:32 # 삭제 답글

    우연히 들어왔는데
    굉장히 재밌네요.
    요즘 웃을일이 없었는데..^^
  • 카이 2011/10/29 18:17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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