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실습의 교훈 : 중앙을 공략하라! 잡설 의과대학

예전, 정신과 실습을 돌 때 나에게 2:8홍초를 타준 한 아주머니가 자주 기억이 난다.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는 그 아주머니는 임신때문에 약을 중단하였고, 결국 병이 재발되어 출산때 까지 정신과 안정병동에 입원을 하게 된 것이다. 어차피 병원에 입원해도 리튬같은 약을 투여할 수는 없다. 태아기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차례 입원을 하셨던 분이라 정신과 병동의 실습생의 일상을 줄줄이 꿰고 계셨던 그 분은 우리에게도 빠르게 적응하시면서 친근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점잖으신 분이라고는 하는데, 그 말을 전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늘 입에 18/강아지 등의 욕을 입에 달고 살았고, 임신 7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종종 발차기, 주먹질을 서슴지 않게 하시며 병동의 기물을 자주 파손시키기도 하던 분이었지만, 우리들에게는 늘 친절하게 대하며 아침마다 본인의 병실로 우리들을 강제 연행을 하여 아침을 굶고 출근하는 불쌍한 pk들의 위장을 풍족하게 채워주셨다. 정신과 pk의 주임무중 하나는 환자들의 말벗이 되는 것이었고, 어지간하면 땡땡이를 안치는 성격상 다른 조원들이 안정병동 밖으로 몰래 나가도 늘 안정병동에 있었던 나는 자연스레 그 아주머니와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분의 입버릇은 늘 "문제가 생기면 중앙을 공략해야(원문: 센터를 조져야) 한다. 병원이 불친절하면 그 직원을 구워삶는게 아니라 병원장에게 가서 따져야 한다." 로부터 시작해서 "내가 옛날에 국방부 장관이 되려고 노력했는데 여자라서 안되었다."로 끝맺음 하는 것이었다. (사실은 욕설이 난무한 말이었지만 적절히 자가검열을^^)

국방부 장관이 되려고 했던 노력을 과시하기라도 했는지 가끔 날라차기를 하였고 그 때마다 나는 뱃속의 아이를 걱정해야 했다. 가끔 누구는 유산이네 조산끼가 있을 것 같네 하면서 그렇게 몸조리를 해도 아이를 잃는 반면, 누구는 이렇게 몸을 함부로 다뤄도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면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병원실습이 끝난 이후에도 그 아주머니께서 입버릇으로 말했던 "중앙을 공략하라(원문: 센터를 조져라!)!"라는 단어가 가끔, 아니 자주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 일이 복잡하게 꼬여 잘 안풀리는 상황이 여러번 있었다. 그 때마다 마치 무협소설의 주인공이 적과 싸우다가 최악의 경우를 맞이했을 때, 무아지경에서 스승의 말 혹은 연인의 애타는 듯한 목소리가 번뜩 떠올라 초 절정 신공을 발휘하여 일을 해결하듯이 이 말이 퍼뜩 떠올라서 일을 수월하게 해결한 적도 여러번 있었다. 그러면 나는 적어도 정신과 실습에서 무언가 하나는 건진 걸까?

정신과 실습때 말을 트고 지내던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내가 케이스 발표 준비를 했고 틈틈히 과외를 해주던 나와 동갑인 여자분은 무사히 검정고시를 봤을까? 원하던 피부관리사 자격증은 땄을까? 나에게 유용한 교훈(?)을 주었던 아주머니는 무사히 아이를 낳고 잘 치료받고 있을까? 아이는 건강할까? 거식증으로 30kg대 몸무게를 유지하던 그 여중생은 이제 밥은 잘 먹고 다닐까?

다른 블로그 이웃분이 정신과 실습은 환자들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실습이라고 했는데, 그 조언을 받들고자 정신과 실습때 공부는 소홀히 했을 지언정 환자들의 차트를 보며, 대화를 나누며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앞으로 정신과 실습을 도는 의대생이나 간호대생들도 공부는 실습전, 혹은 후에 하더라도 이런식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졸업하면 바뻐서 못할테니깐.

덧) 원래 문장은 "쎈터를 조져라!"이지만 언어순화를 위해 "중앙을 공략하라!"로 바꿨습니다.^^

덧글

  • 레이니스 2011/06/20 15:53 # 삭제 답글

    원하신다면...저도 정신과 쪽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ㅋㅋㅋ 입원할 정도로 심각한 증세는 아니지만요.ㅎㅎ
  • 카이 2011/06/20 16:02 #

    정신과 선생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ㅋㅋ
  • Libra♡ 2011/06/20 17:02 # 답글

    저도 레이니스님처럼 정신과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도 있었는데요ㅋㅋㅋ 다행히 지금은 아니지만^ㅅ^
    어떻게 보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실습시절 만난 환자들의 안부를 궁금해 하시는 것을 보니 카이님은 의사가 천직이시네요^^
  • 카이 2011/06/20 23:13 #

    감사합니다.^^
  • 교주님 2011/06/20 19:30 # 답글

    확실히 센터를 조져야 무언가 일이 풀리지요. 말단만 건드려봤자 일이 안풀릴뿐...

    P.S.

    며칠 뒤에 행운의 편지를 받으실듯...1주일이내에 7명에게...
  • 카이 2011/06/20 23:14 #

    1주일뒤에 7명에게 고기를 얻어먹으면 행운이 온다굽쇼?
  • 2011/06/20 19: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카이 2011/06/20 23:14 #

    감사합니다.^^
  • 흑염패아르 2011/06/20 20:01 #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원문이 확 와닿네요. 멋져요
  • 카이 2011/06/20 23:14 #

    ㅋㅋ 가끔 제 입에서도 센터를 응응응!!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때도...ㅋㅋ
  • 2011/06/20 20: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카이 2011/06/20 23:16 #

    확정이시라면... 아예 이 기회에 알바좀 하다가 여행다녀오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제 주변에 그런 분들도 많아요^^

    100% 확정이 아니라면 센터로!!
  • MAC 2011/06/20 21:06 # 답글

    센터를 조져야ㅠ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많이 배우시네요.
    진짜 백날 텍스트 들여다보는 것 보다
    훨씬 와 닿으실 것 같아요
  • 카이 2011/06/20 23:16 #

    MAC님도 곧 그날이 올겁니다!!
  • 카린트세이 2011/06/20 21:20 # 답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중앙을 공략하는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규정도 뭐도 없이 냅다 들이대는 블랙컨슈머 A 가 될 뿐이라는게 초큼 서러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카이 2011/06/20 23:17 #

    어흑...역시 힘을 키워서 직접 센터가 되어야!!^^
  • Chameleon 2011/06/20 22:14 # 답글

    제3자의 입장에서 누군가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 카이 2011/06/20 23:17 #

    그래서 정신과 실습이 의외로 신선했었습니다.^^
  • 2011/06/21 15:5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카이 2011/06/23 20:54 #

    수고하세요^^
  • 펜시브 2011/06/22 00:18 # 삭제 답글

    문제가 생기면 중앙을 공략해야(원문: 센터를 조져야) 한다.

    퍼가요
  • 카이 2011/06/23 20:55 #

    넵^^
    (근데 어디로 퍼가는건가요?^^)
  • 펜시브 2011/07/05 01:27 # 삭제

    페이스북이지요. ㅎㅎ
    (이글루스는 티스토리와 연동이 안되서 댓글확인은 굳이 찾아오지 않고는 힘들군요. 아마 이 글에 대한 댓글도 한참 후에나, 혹은 못하지 싶습니다)
    조만간 이글루스로 옮길까 합니다.
    파워블로거가 아닌 사람에게 티스토리는 혼자만의 공허한 외침이에요 ㅎㅎ

  • 카이 2011/07/05 22:38 #

    얼렁 오세요 ㅎㅎ
  • Test 2011/06/23 12:41 # 삭제 답글

    우연히 들어와 하나 챙기고 갑니다. 어떤 위치에 있든 센터를 조지는 건 효과가 있을 듯 합니다. 직접 센터가 되신 이후에는 조져지지 않게 조심하시구요.. ^ ^
  • 카이 2011/06/23 20:55 #

    당연하지요^^
  • costzero 2011/07/02 17:34 # 답글

    양극성에는 리튬을 적대적 회담 상대에게는 바륨을.
  • 콩콩 2013/03/26 21:22 # 답글

    다시 한번 이글에 댓글을 답니다. 무사히 3학년 진급 잘했네요. 저번주에 정신과 실습을 돌았습니다^^ 앞에 저 댓글을 단지 벌써 2년이 지나서 반가운 마음?에 ㅎㅎㅎㅎ
    카이님도 즐거운? 인턴 생활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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