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신과 안정병동에는 manic상태의 조울증 아주머니가 한분 계신다.
조증에는 Lithium이라는 좋은 약이 있기는 하지만 임신중이기 때문에 쓰지는 못하고 있다.
어제는 갑자기 슬리퍼를 양 손에 끼우고 쫒아오길래 헐레벌떡 스테이션 안으로 도망갔는데 그 때문에 약간 삐지셨는지 "선생님하고 말 안해!"라고 휙 병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요즘은 늘 과도한 happy mode인지라 방에서 마시는 홍초병과 종이컵을 들고 나와서
"선생님. 이거 다마시면 당신의 죄를 사하여 주겠습니다."
라고 하였다. 아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에 한잔만 달라고 했다.
"선생님, 3:7 ? 아니면 2:8?? 어떻게 희석해줘요??"
자극적인 맛을 별로 안좋아하는 터라 아무 생각없이 2:8이라고 말했다.
희석된 홍초를 건네마신 순간....그런데...어???

입안에 넣고 삼키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 환자분이 씨익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그거 다 마실 때 까지 여기서 못나가요!! 내가 문 막고 있을 꺼야~~~ㅎㅎ"
어거지로 다 마시고 집에 와서 예전에 먹다 남은 알마겔을 바로 들이 붓고 나서야 홍초에 놀란 내 속이 진정되었다.

(촬영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ㅠ_ㅠ)
덧글
이제는 괜찮아요.
안정병동이라는 곳도 상당히 두려운 곳이네요... 사실 그쪽 계통에서 일하고자하는 생각도 있는데,
확실히 세상은 어려운 사람들로 가득한듯'ㅂ'
아마 안정병동에 남자분이 오신다면 무조건 welcome입니다. 이래 저래 힘쓸 일이 좀 많거든요.ㅎㅎ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싶으시다면 2:8 추천합니다.^^
가면 아마도 임상심리학 전공한 후에 갈듯. 상담학 공부하면서 점차 임상심리계통으로 마음이 가고 있는데, 전역과 졸업 후에 대학원 진학을 고려중이네요. 아버지 지원도 받을 수 있는 분야라서 어느정도 기반이 있어서 ㅎㅎ;;
마음을 고치는 의사가 절실한 것이 요즘이 아닐까 하네요'ㅅ'
뭘 하셔도 잘 하실 것 같아요.^^
무엇이든 잘할 수는 없어도 노력해서 잘하게 되어야죠 ㅎㅎ;
그나저나 은근히 아주머니 개구쟁이이신듯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