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죄를 사하여 주겠노라. 잡설 의과대학

지금 정신과 안정병동에는 manic상태의 조울증 아주머니가 한분 계신다.
조증에는 Lithium이라는 좋은 약이 있기는 하지만 임신중이기 때문에 쓰지는 못하고 있다. 

어제는 갑자기 슬리퍼를 양 손에 끼우고 쫒아오길래 헐레벌떡 스테이션 안으로 도망갔는데 그 때문에 약간 삐지셨는지 "선생님하고 말 안해!"라고 휙 병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요즘은 늘 과도한 happy mode인지라 방에서 마시는 홍초병과 종이컵을 들고 나와서

"선생님. 이거 다마시면 당신의 죄를 사하여 주겠습니다."  

라고 하였다. 아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에 한잔만 달라고 했다.

"선생님, 3:7 ? 아니면 2:8?? 어떻게 희석해줘요??"

자극적인 맛을 별로 안좋아하는 터라 아무 생각없이 2:8이라고 말했다.  

희석된 홍초를 건네마신 순간....그런데...어???

                                                                      (홍초가 8, 물이 2 였어! 으헝헝헝!!!)


입안에 넣고 삼키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 환자분이 씨익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그거 다 마실 때 까지 여기서 못나가요!! 내가 문 막고 있을 꺼야~~~ㅎㅎ"

어거지로 다 마시고 집에 와서 예전에 먹다 남은 알마겔을 바로 들이 붓고 나서야 홍초에 놀란 내 속이 진정되었다.

                     
                       (촬영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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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라쿤J 2010/10/23 02:20 # 답글

    아 맙소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카이 2010/10/23 10:50 #

    아직도 입에서 홍초 냄새 나는 것 같습니다.-.-;;ㅋㅋ
  • mink 2010/10/23 09:46 # 답글

    wow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DR끝나고 다음주 NICU 갑니당!
  • 카이 2010/10/23 10:50 #

    오옷.. 귀여운 아가님들을 많이 보시겠군요.^^
  • 유카 2010/10/23 10:41 # 답글

    어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카이 2010/10/23 10:52 #

    반갑습니다.^^
  • 괴물토끼 2010/10/23 11:12 # 답글

    죄사함 받으시려고 위를 버리셨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카이 2010/10/23 13:28 #

    이것이 바로 등가교환입니다...^^
  • 2010/10/23 12:5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카이 2010/10/23 13:29 #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이제는 괜찮아요.
  • 칼스루헤 2010/10/23 15:04 # 답글

    홍초ㅎㅎ; 매일매일 7:3희석해서 마시곤하는데 2:8이라;
    안정병동이라는 곳도 상당히 두려운 곳이네요... 사실 그쪽 계통에서 일하고자하는 생각도 있는데,
    확실히 세상은 어려운 사람들로 가득한듯'ㅂ'
  • 카이 2010/10/23 15:09 #

    재미있는 곳입니다.ㅎㅎ
    아마 안정병동에 남자분이 오신다면 무조건 welcome입니다. 이래 저래 힘쓸 일이 좀 많거든요.ㅎㅎ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싶으시다면 2:8 추천합니다.^^
  • 칼스루헤 2010/10/23 15:13 #

    2:8은 저 죽어요(...) 목쓰려서 ㅎㅎ;;
    가면 아마도 임상심리학 전공한 후에 갈듯. 상담학 공부하면서 점차 임상심리계통으로 마음이 가고 있는데, 전역과 졸업 후에 대학원 진학을 고려중이네요. 아버지 지원도 받을 수 있는 분야라서 어느정도 기반이 있어서 ㅎㅎ;;

    마음을 고치는 의사가 절실한 것이 요즘이 아닐까 하네요'ㅅ'
  • 카이 2010/10/23 15:18 #

    스트레스가 난무하는 세상이다보니..(먼산)

    뭘 하셔도 잘 하실 것 같아요.^^
  • 칼스루헤 2010/10/23 15:25 #

    항상 기뻐하라(살전 5:16)을 가슴에 품고 삽니다.
    무엇이든 잘할 수는 없어도 노력해서 잘하게 되어야죠 ㅎㅎ;
  • CHUCKLER 2010/10/24 01:19 # 답글

    근데 다 마신 뒤에도 용서해 주시려나요...
  • 카이 2010/10/24 01:26 #

    넵..다행히도 받았았습니다.^^
  • 人間探究生活 2010/10/24 23:56 # 답글

    조울증이 정말로 정신 수준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가 보네요. 아직 배우지도 않았고 보지도 못해서^^;

    그나저나 은근히 아주머니 개구쟁이이신듯ㅋㅋㅋ
  • 카이 2010/10/24 23:58 #

    원래 욕을 안하시는 분이라는데 조증만 되면 욕쟁이 할머니를 능가할 정도로 욕을 입에 달고 사십니다....ㄷㄷ 하도 manic해서 pk들을 대상으로 장난을 자주 치셨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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