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실습 시작 잡설 의과대학

이번주 월요일부터 정신과 실습을 시작했다. 하루 중 대부분을 closed ward (안정병동)에서 보낸다.
이전의 다른 의대생들, 그리고 간호대학교 학생들이 안정병동으로 실습을 와서 익숙해졌는지 안정병동 환자들은 새로운 얼굴인 우리가 가운을 입고 우르르 몰려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의대 실습생인지 단박에 맞추었고, 머리가 짧은 나는 몇몇 20대 중후반의 여자환자들에게 "형"이라고 불리고 있다...........................(그러면 오빠라고 불러야 맞는 거 아닌감???) 

정신과 PK의 하루 일과는 대충 다음과 같다.

-아침 7시 50분까지 출근,  conference참여 후 안정병동으로 들어가기
-환자들의 말상대 되어주다가 9시 반 되면 안정병동으로만 연결된 실외에 나가 새천년 건강체조. (난 국민체조 세대!)
-12시까지 환자들의 말상대가 되어주면서 종이접기 교실 등 프로그램 참여.
-가끔 휴게실에서 환자들과 탁구, 오목, 알까기, 두더지잡기 오락기로 play
-12:00~1:30 : 점심시간 (안정병동 탈출)
-다시 안정병동으로 컴백, 환자들과 좀비모드로 병동을 어슬렁거리거나 다시 탁구, 오목, 알까기, 두더지잡기 play
-교수님 오시면 같이 회진 따라돌고 타과 consult들어오면 전공의 선생님의 consult 따라가기
-6시 퇴근

활동적인 응급실 실습을 하다가 갑자기 안정병동을 들어오니 좀이 쑤시며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그래서 이 고통(?)을 두더지잡기게임기로 승화시켰다. 같이 붙어다니는 환자를 꼬셔 두더지잡기 게임기 앞으로 간 뒤 환자가 한게임 하고 나면 대학에 들어와서 3년 남짓 배운 검도실력을 한껏 발휘하여 미친듯이 두더지를 망치로 때려서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 나의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정신과 실습 시작한 월요일부터(그저께) 현재까지 두더지잡기  점수 1위는 바로 나다. 어리버리한  내 얼굴을 보고 나를 만만하게 보던 몇몇 환자들이 신명나게 두더지를 때려 잡는 내 모습을 보고 태도가 바뀌었다. 고득점에는 역시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이게 진짜로 있다니까요!!)

아직은 1주차라 어리버리한 덕분에 아직 우리가 직접 상담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다음주부터 해야 할 듯 하다. 그래서 책을 하나 질렀다.

어차피 대학병원은 교육의 목적이 있는지라 우리가 적절한 지도하에 정신과적 면담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학생이기때문에 실수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렇지만 어리버리한 의대생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 어쩌면 큰 상처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소심해져서 구입했다. 내일 모레면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덧글

  • mink 2010/09/29 20:29 # 답글

    정신과 실습의 묘미는 환자들과 대화도 있지만ㅋㅋㅋㅋ 탁구, 공기, 종이접기라는 ㅋㅋㅋ
    전 소아청소년폐쇄병동나갔었는데 정말 저질탁구 중 저질탁구를 구사할 수 있는 저는 꽤 실력이 늘었답니다. ㅋㅋㅋ 그나저나 두더지게임기가 있다니!!!!! 환자들 자극주지마세요 ㅋㅋㅋㅋ 하기싫어도 해야할 수도 있을 테니...화이팅이에요! ㅋㅋ 전 지금 OR돌고 있어요~
  • 카이 2010/09/29 21:04 #

    여자환자들은 탁구를 잘 안치는 관계로 탁구는 안치고 있습니다.ㅎㅎ
    역시 두더지게임에 매진해야.....쿨럭.

    OR도느라 수고 많으십니다.^^
  • 교주님 2010/09/29 20:51 # 답글

    어찌보면 참 지루하고 졸린 곳이 정신과 실습인데(나가지도 못하게 가두어놓으니..ㅜ,ㅜ), Case준비를 하느라 면담을 하다보면 심오해집니다. 사실, 이 환자가 정상이고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서 가둔것이라는...4차원적인 Astral 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물론 이 때 살짝 정줄놓으면...)
    응????

    (정신과때 생전 처음으로 요가프로그램!!에 소프트볼!!까지 해본 1人)

    자, 같이 정줄놓고 친하게 저 멀리 부르는 손짓을 따라~~~
  • 카이 2010/09/29 21:06 #

    이미 세상을 창조하신 분도 여럿 만나뵈었습니다...-.-;;
    이야기하다보면 저도 그냥 정줄을 놓고 싶다는..
  • 윤구현 2010/09/29 23:20 # 답글

    제가 전공이 사회복지라....
    2년간 정신과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그 종이접기하는 곳이 사회복지과죠?)
    당시 제 눈에도 PK들은 어리버리해보였습니다. ^^*
    분명 저보다 나이도 많았는데 말이죠....

    2년 정도 있으면 친한사람도 많아지고 들락날락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더라구요.

    다리의 상처를 보여주면서 외계인이 여기로 신호를 보내는 바람에 당신에게 화를 냈다. 미안하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고 20대 초반 남자환자와 여고생 환자가 연애하는 것을 목도하기도 했습니다.
    맨날 풀린 눈에 입을 반쯤 벌린 모습만 보다가 외래에서 깔끔하고 예쁘게 화장한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하구요...

    폐쇄병동도 재미있는 곳이더라구요.... ^^*
  • 카이 2010/09/30 12:48 #

    pk인 제가 봐도 pk는 어리버리해 보입니다...^^
  • 푸리 2010/09/30 00:43 # 답글

    재밌을 거 같아요~ 아 원래 제 옛날 꿈이 정신과 의사였는데 ㅠㅠ
    근데 정신과 의사도 의대 과정 밟아야 해서 일찌감치 포.기.
    으........................
  • 카이 2010/09/30 12:48 #

    임상심리치료사도 정신과에서 일 할 수 있습니다.^^
  • 위장효과 2010/09/30 08:51 # 답글

    정신과 병동 실습 돌면서 결정적으로 정신과 Rule OUT! 난 무조건 외과할거야! 라고...인생방향결정했습지요^^.

    실습시 중요한 교재중 하나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그거 보고 나서 교수님-진퉁 헐리우드 키드셨슴-하고 토론하는 거죠. 거기 보면 실제 환자들이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합니다만 배우들의 정신병 연기 자체가 워낙 리얼하죠.
  • 카이 2010/09/30 12:50 #

    헛... 그 영화 예과 때 감상문을 써 낸 기억이..^^ 전 배우들이 전부 실제환자인줄 알았습니다.
    전 학년 초 내과 실습 돌면서 적어도 이쪽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마바리 2010/09/30 17:52 # 삭제 답글

    정신과 실습을 나가면 자신의 색을 약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색이 강한 사람이 나타나면 주위가 물 드니까요...-.-;
    (아!~ 가슴 아픈 기억이... ㅠ.ㅠ)
  • 카이 2010/09/30 18:38 #

    이미 늦었습니다...OTL
  • 2010/09/30 22:3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카이 2010/09/30 23:14 #

    헛....출근거리가...-.-;;
    요즘은 두더지 잡기가 인생의 낙입니다.ㅠ_ㅠ
  • 나이값 2010/10/01 11:24 # 답글

    정신과 실습 돌때 제일 마음에 드는 환자를 한분 정해서 그 분의 인생을 다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요즘에는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싶어도 들을 수가 없어요..시간이 안나서...
    어디서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속을 터놓고 들을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죠..그 자체가 공부가 될거에요..

    그나저나 LCH교수님과 RJC 교수님은 잘 계신가요...
  • 카이 2010/10/01 19:08 #

    두 분다 잘 계십니다^^

    다만..... 학생들 수업도 진료보는 말투로 하셔서... 학생들 절반을 전부 재워놓고 나가십니다...ㅎㅎ
  • mimi 2010/10/29 20:51 # 답글

    저 한때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pk 선생님한테 도움을 많이 받은 기억이 있어요! 정말 친근하고 상냥하신 분이셨는데~ 생각이 나네요.. 어리버리하진 않으셨던 거 같은데.. ㅎㅎ 의대생 멋져요~~
  • 카이 2011/01/28 10:16 #

    으하하.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럭저럭 2012/04/08 21:51 # 삭제 답글

    간호학생인데..

    내일 처음으로 정신과 병동에 실습나가게 되는데..ㅜ.ㅠ

    좀 겁먹는게 없잖아 있었는데.. ^^

    내일 열심히 할께요^^!!

    왠지 이 글을 보니 힘이 나는듯♡
  • feed 2012/05/09 17:25 # 삭제 답글

    이번달 정신과 실습인데, 저도 책 하나 사야겠네요.^^
  • DelicateDoctor 2012/06/10 17:57 # 답글

    정신과 폴리클 2주차,, 저희조원들은 환자분들에게 탁구 배우기에 재미 붙였더랬죠..
    어느 병원이나 탁구는 꼭 포함되는 운동이었군요ㅎ
  • 카이 2012/06/10 19:10 #

    져줘야 한다는 것이 야마입니다..ㅎㅎ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