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야옹의 중성화수술

이동장 문을 열자마자 동물병원 진료실로 곧 잘 나오던 신야옹 군은, 어느 날 부터 케이지 밖으로 잘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중성화 수술.
야옹이 입장에서는 동물병원이 그리 달갑지 않은 곳이다. 
올 때 마다 어깨에 주사 한방 씩 맞는 데다, 어느 날 동물병원을 잠깐 들렀을 뿐인데 고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식욕이 왕성한 야옹이를 무턱 대고 오래 굶기면 큰일 날 것 같아서, 아침 첫 수술이 가능한 날로 예약했다. 
자정부터 금식하되 병원 내원 전 까지는 물은 마셔도 된다고 해서, 전날 밤 11시 59분 까지 배불리 먹이고 밥그릇을 치워버렸다. 아침에 야옹이를 이동장에 넣어 병원으로 갔다. 정맥마취를 할 것인지, 인공호흡기 까지 달아야 하는 전신마취를 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한다. 기관삽관을 해야하는 전신마취를 하게 되면 닝겐의 경우 며칠 간 목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야옹이는 수컷인지라 배를 열 필요가 없으니 굳이 기관삽관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어 수면 마취만 하겠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피 검사 하고 괜찮으면 바로 수술 진행을 하겠다며 오후 1시 정도에 오라고 했다. 집에 와서  청소기를 돌리며 야옹이 쉴 곳을 다시 한번 청소했다. 

어느 덧 오후 1시가 되었고 병원에서 수술 잘 끝났으니 찾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잽싸게 차 시동을 걸고 병원으로 갔다. 
인터넷 후기를 보면 수술 후 마취가 약간 덜 깨어 고양이들이 비틀비틀 걸었다는 글이 많았는데, 야옹이는 멀쩡했다. 수액을 달았던 앞발에 반창고가 감겨 있었고 땅콩이 있던 곳은 세땀 정도 꼬매놓았다. 고양이들이 실밥을 핥게 되면 혀의 돌기 때문에 실밥이 풀린다고 하니 집에 가면 꼭 넥카라를 씌우라고 한다. 식사는 집에가서 일단 물 부터 먹이고 잘 먹으면 원래 먹던 것을 주라고 한다. 나는 착한 보호자니까 그대로 따라한다. 

집에 가서 닭 육수를 조금 주었다. 원샷한다.
달걀 노른자를 쌀가루에 섞어 죽 같이 해서 줬다. 그릇을 설거지할 기세로 드신다.


몸 보신할 요량으로 닭 가슴살을 삶아서 줬다. 1묘 1닭 할 기세로 드신다. 
하루 두번 처방받은 약을 줘야 한다. 얼핏 보니 항생제+진통제+위장약이다. 습식캔 한숟가락에 섞어 주면 뭔지도 모르고 잘 먹는다.

넥카라를 씌워주었다. 매우 싫어하신다.



때마침 병원에서 항체가 검사한 결과를 알려준다고 전화가 왔다. 
"근데 선생님, 아까 야옹이 병원에서 넥카라 잘 쓰고 있던가요?"
"얌전했어요. 왜요?"
"야옹이가 브레이크 댄스를 춰요."
"적응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꺼에요."

야옹이는 안에서만 새는 바가지였나 보다. 넥카라를 씌워놓으니 화장실 모래에 응가와 쉬야를 제대로 묻지 못한다. 적응될 때 까지 한동안 비틀거리며 다닌다. 가끔 넥카라가 갑갑하거나 그루밍을 하고 싶을 때면 고양이 특유의 유연함으로 넥카라를 self remove 하기도 하지만 사람이 없으면 또 얌전히 착용한다. 가끔 넥카라 self remove에 실패할 때가 있는데 집사가 없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하다. 똑똑한 녀석. 가끔 답답해하면 넥카라를 벗겨놓는데 수술부위를 핥으려고 하면 바로 씌워놓는 것을 몇 번 반복하니 며칠 지나서는 넥카라를 벗겨놓아도 중요부위를 핥지 않는다.

플라스틱 넥카라가 안쓰러워 보여서 부직포로 만들어 주었으나.... 금방 훌러덩 벗어버려 무용지물이 되었다. 핑크 마후라같이 보인다.

덧) 남편은 야옹이의 중성화를 애도하며 그날 회식자리에서 쓰디 쓴 맥주를 드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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