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간병인 여사님 인턴일기

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에게 보호자들이 24시간 붙어있을수만은 없는 노릇이라, 이 경우 흔히 "간병인"을 고용한다. 대개 40~50대를 훌쩍 넘은 아주머니들이 일정기간 교육을 받고 자격을 얻은 뒤, 간병인이 되어 하루에 8시간씩 일하는 듯 보인다. 신경외과 같이 장기간 입원한 환자들이 많은 병동의 경우 특정 간병인 여사님들이 오랜기간 환자를 돌봐주는 경우가 많다.

모 병실에 있는 간병인 여사님은 매일 업스타일 헤어에 한국무용 화장을 곱게 하고 환자를 돌본다. 유난히 간호사 스테이션에 요구하는 것이 많은 그녀는 깐깐하고 까탈스럽기로 유명하다. 그녀가 돌보는 환자는 입원한지 50여일이 넘은 40대 중반의 뇌출혈 아주머니. 목에 기관 절개술을 하고 튜브를 꽂은 채로 눈을 꿈뻑거리며 숨만 쉬며 침대에 누워 지내고 있다. 음식은 콧줄을 통해 섭취하고 있고 배변조차 기저귀로 해야 하는  엄청 큰 갓난아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신경외과 수술방 인턴살이를 마치고 신경외과 병동 인턴으로 위치가 바뀌면서 매일같이 기관절개술한 곳에 소독을 하러 병실을 돌아다니다 보면 그녀가 얼마나 깐깐한 간병인인지 알 수 있다. 기관절개술을 하고 튜브를 꽂아 놓은 거동이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 척 보기만 해도 간병하는 사람들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전문적으로 트레이닝을 받지 않은 가족들이 간병하는 경우 온 몸에 각질이 일어나거나 냄새가 좀 많이 난다. 머리를 밀 때 바리깡이 나가지 못할정도로 비듬이 심한 경우도 많다. 글러브를 끼지 않으면 몸에 손대기도 싫다. 툭하면 가래가 튀어나오는 기관절개술 자리와 입에서는 10년은 묵은 듯한 청국장 냄새가 나서 저절로 얼굴을 찌푸리게 된다. 좀 게으른(?) 간병인이 관리하는 환자의 형편은 좀 낫지만 그래도 달갑지는 않다.

그런데 그녀가 돌보는 환자는 정말 깨끗하다. 누워만 있는 몸을 일으킬수도 없는 환자의 신체에서 반질반질 윤기가 나고, 기관절개술을 한 곳을 통해 나오는 가래의 양이 다른 환자들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목이나 입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악착같이 (?) 스테이션의 담당 간호사선생님들을 갈구면서(?) 이룬 성과라고나 할까? 그래서 그녀에게 시달림을 받는 간호사선생님들은 그녀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루는 소독을 하면서 그녀와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원래 간호사였다는데 요양원을 차리고 싶어서 잠시 요양보호사로 있는 것이라고 했다. 꿈이 큰 그녀에게 있어서 가끔 병동 간호사선생님들이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가끔 나도 피곤할 정도의 요구를 받는다. 굳이 멸균가위가 필요하지 않은 부위임에도 멸균가위를 요구한다던가, 다른 지적질을 받는다. 나도 바쁜지라 가끔은 귀찮지만 병동에서 제일 깨끗한 그 환자의 모습을 보며 묵묵히 해준다. 그런데 이제는 피곤해서 도저히 안되겠다. 그래서 소독 시작할 때 부터 아예 립서비스로 선수치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매님. 이 환자분이 여기 병동에서 제일 깨끗해요. 자매님이 정말 대단하세요!"


그 뒤로 그녀는 내심 흐뭇했는지 나한테 요구하는 것들이 많이 줄었다는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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